방치되는 생리통과 생리과다 '자궁선근증' 키운다.
몇 달 전 극심한 생리통을 치료하고자, 필자의 병원에 내원한 환자분이 있었다. 과거 한방치료로 질염을 치료했던 이 환자는 생리통 외에도 생리 과다 증상이 동반되고 있었다. 먼저 산부인과에 검진을 의뢰한 결과 자궁선근증이 진행 중임이 확인했다. 생리통과 생리 과다 증상 역시 자궁선근증이 원인이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내막조직이 자궁의 근육층 내로 파고들어 증식하는 질환이며, 급격하게 증가한 생리통과 생리 과다가 주증상으로 나타난다. 생리 시작일 일주일 전부터 생리통이 나타나며, 생리가 끝난 후에도 통증이 지속한다. 또한,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는 빈혈과 골반이 뻐근하고 아랫배에 불쾌함 혹은 압박감이 나타나거나 덩어리진 생리혈이 발생하며, 생리 빛깔이 탁하고 검붉으며 맑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보통 생리통은 ‘일시적으로 다녀가는 통증’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진통제로만 통증을 달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무심코 진통제만 복용하다 자궁선근증이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어 자궁 적출술의 대상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난임의 원인 되는 ‘자궁선근증’, 나에게 적합한 치료는?
가임기 여성에게 자궁선근증은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고통을 주기 때문에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한방과 양방의 치료 주목적은 같다. 통증, 생리 과다 등의 증상 완화이다. 양방의 호르몬제는 자궁을 가폐경 상태로 만들어 병변 증식을 억제한다. 그렇지만 이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로 치료를 중단할 시 다시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
사실 자궁선근증이 자궁적출술 수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러한 증상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 큰 장애를 주기 때문이다. 병변만 제거하는 자궁선근증 절제술도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자궁내막 정상조직과 병변의 경계가 모호해 어려운 수술에 속한다. 또한, 수술 시 유착 및 손상을 가할 위험이 커 자궁적출술이 흔하게 시행되는 편이다.
한방치료는 질환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살펴 자궁선근증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이다. 막힌 기혈의 소통을 꾀하여 자궁 내 노폐물과 어혈을 배출하고, 병변의 크기를 증대시키는 과다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한방약물을 통해 자궁선근증의 진행을 막는다. 또한, 호르몬 균형을 도모해 생리통과 생리 과다 등의 증상을 다스린다.
필자의 병원에 내원한 자궁선근증 환자 역시 한방치료 2개월 후 양방의 초음파 검진 결과, 자궁선근증의 크기가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아직 약 30%의 생리통이 남아있긴 하지만, 과거 하루 열 알의 진통제 복용이 현재는 한 알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졌다. 증상이 완전히 개선된다면 굳이 수술적 방법 없이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확인만 잘 해주면 된다.
◆ 여성성을 상징하는 ‘자궁’, 안전한 치료가 우선
폐경기에 다다르면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자궁내막의 증식 또한 활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궁선근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폐경기 때까지 자궁선근증의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에 대한 치료 인식과 건강을 유지하고자 하는 환자의 노력이 관건이 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자궁적출술 1위이다. 필자 역시 수술을 받고 후유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너무나도 많이 봐 왔다. 이는 수술 치료가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굳어진 영향도 있지만, 환자가 질환에 대한 두려움으로 얼떨결에 수술을 결정하게 되거나,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궁은 여성에게는 임신과 출산의 기능을 넘어 여성성을 상징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안전한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질환 재발 방지와 수술 후유증 역시 한방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궁선근증으로 깊은 고민을 안고 있는 환자라면, 양방과 한방의 의료 소통이 원활하게 잘 이루어지는 병원에 내원해 의료진과의 상담을 받은 뒤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는 소중한 자궁을 지킬 수 있는 빠른 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글 = 이음여성한의원 김우성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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